와우어 여러분, 안녕하세요.
와우ESG입니다.
뜻밖에 선선한 9월 날씨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가을을 길게 만끽하고 있습니다. 확률이 낮은 좋은 패를 뽑은 기분이랄까요. 이 기분 좋은 가을에, 오늘은 평소와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와우띵마켓 론칭 전에 먼저 시작했던, 지금도 찾아보기 힘든 지속가능한 여성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 아이콘플 이야기입니다.
기후변화로 가을다운 가을을 앞으로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 가을, 트렌치 코트 자락을 휘날리면서 충분히 기분 내시길 바랄게요.
와우편집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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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띵마켓을 론칭하기 전, 저는 옷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대기업 간부 자리를 박차고 나온 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마침 패션에 친환경 바람이 막 불어오기 시작할 때였고,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그 변화를 주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아이콘플이 시작됐어요.
직장을 다니는 내내 일하는 여성의 옷장을 생각했습니다. 내 옷장에 흰 셔츠와 블라우스가 서른 벌이 넘는데, 매일 손이 가는 건 서너 벌뿐. 비슷해 보여서 샀지만, 하루 평균 12시간 일할 때 편안한 진짜 잘 만든 베이직은 많지 않았어요. 비즈니스 스타일을 갖추면서도, 일의 효율을 놓치지 않는 매일 손이 가는 주식 같은 옷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iconic people을 위한 iconic staple — 아이콘플은 그렇게 시작됐어요.
학부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손에 꼽히는 패션 유통사에서 오래 일했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패션 산업에는 그 전에 몰랐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옷 한 벌이 환경에 남기는 흔적을 깨닫게되면서 새 옷을 내놓는다는 불편함. 그 불편함의 역설을 의식하고, Great to Good 위대한 결과보다 착한 방향을 선택한 것이 아이콘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옷에 제 오랜 가치와 신념을 담기로 했죠. 늙크크들만 아는 고전 영문법책에 인용된 문장이 하나 있는데, 전 그 말이 늘 마음에 안들었어요. 왜 소년들만 야망을 품으라고 하는지?! 일하는 여성이 더 많은 자리에서 오래 자신답게 있을 수 있도록 Girls, be ambitious! — 아이콘플의 가장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현재 와우띵마켓의 가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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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옷장에는 올해 26살 된 블레이저 재킷이 있습니다. 버튼만 한 번 교체해서 아직도 중요한 날 꺼내 입어요. 그러고보니 요즘 입은 점퍼도 15살짜리이고, 10~15년생 옷들도 꽤 많은 편입니다. 명품 아닙니다. 명품이 아니어도 잘 관리하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들이 있어요. 반면, 작년에 구매한 여름용 린넨 100% 티셔츠 2벌은 헤질 정도로 거의 매일 교차 착용했어요. 구멍을 바느질로 메워가면서도 굳이 이 옷을 입었는데, 2년이 안 됐지만 지금 버려도 제값 했다 싶을 만큼 입고 또 입었습니다.
아이콘플은 비즈니스 캐주얼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오랜 세월 옷장에서 살아남는 옷, 또는 자주 꺼내 입어 아깝지 않은 옷. '오래~자주'라는 키워드는 매일 먹는 주식의 다른 표현이기도 해요. 옷은 소비하는 것이 아닌 사용하는 물건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가, 아이콘플의 첫 아이템을 트렌치 코트로 정했습니다. 트렌치 코트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전통 복장이고, 디테일의 변화를 겪긴 해도 기본 실루엣만으로 시대를 관통하며 사랑받는 옷이니까요. 아이콘플은 이런 타임리스 베이직 실루엣을 기본으로 하되, '자주'라는 키워드를 푸는 방법으로 여성 비즈니스 캐주얼에서 보기 드문 모듈라 시스템을 적용합니다. 싱글 버튼 베이직 트렌치 코트와 4in1 트렌치 코트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소재는 텐셀-코튼 개버딘 원단을 선택했습니다. 텐셀은 자타공인 전과정 친환경적 방법으로 직조하는 섬유이고, 원단 품질을 위해 소기업이 거래하기 힘든 중견 섬유 기업 방림에 주문 직조를 맡겼어요. 견고한 코트 실루엣을 유지하기 위해 혼방이 필요했는데, 당시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소재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기에 면을 선택했습니다. 미련이 있다면, 비용을 훨씬 더 지불하더라도 유기농 면을 혼방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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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콘플에서 가장 먼저 구현하고 싶었던 아이템은 셔츠였습니다. 셔츠는 거의 매일 입는 옷이고, 겉옷과 달리 가장 오랜 시간 착장을 유지해야 하는 옷이니까요. 겉으로 보기엔 다 비슷해 보여도, 어떤 옷은 목이 불편하고, 어떤 옷은 팔이 타이트하고, 무엇보다 오늘 하루도 달려보고자 소매를 걷어 올릴 때 제대로 안 올라가는 옷은 업무 효율을 떨어뜨렸어요.
움직임에 제약을 주지 않는 신축성, 거의 매일 착장을 위한 세탁 관리의 용이함, 12시간을 입어도 구김 없이 실루엣이 유지되는 것 — 이건 천연 소재로 구현하기 힘든 요건이었습니다. 그래서 폴리에스터를 선택했고, 소재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잡았어요.
하지만 5, 6년 전만 해도 소재 전문가들조차 "리사이클, 그런 거 잘못 쓰면 큰일 나요"라는 인식이 만연했던 시기였습니다. 가까운 소재 전문가를 통해 원하는 스펙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섬유를 수입하고, 신축성을 위해 잠재권축사와 직조해 셔츠감을 완성했어요. 어떤 착장에도 어울리는 애브리데이 베이직 셔츠와, 소매 탈부착으로 4계절 착장이 가능한 애브리데이 2in1 셔츠로 만들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완판되어 이젠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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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와우띵마켓도 핵심 가치를 최대한 준수하는 제품 선별을 위해 애쓰지만, 아이콘플 옷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새로운 시즌을 준비할 때마다 공급망 전반에 있어 이전 시즌보다 더 가치 있는 옷을 만들고자 고민했거든요. 환경적으로도 완성도를 높이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만들고 싶어 욕심을 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100% 유기농 면사를 선택했어요. 국내에서는 면화를 거의 재배하지 않기 때문에, 유기농 원면과 면사는 해외 공급망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염색은 인증받은 국내 공장에서 진행했어요. 세 가지 컬러를 진행했는데, 그중 한 컬러는 천연염색을 시도했습니다. 옷을 만드는 여러 공정 중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과정이 염색과 가공인데, 이 부분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단, 천연염색이라고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염색 과정에는 염료뿐 아니라 색깔을 고착시키는 매염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전통 천연염색에서 중금속 염 기반 매염제를 쓰는 경우가 많아 환경·건강 리스크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우연히 이 부분에 대한 기술적 대안을 가진 천연염색 공장을 만났고, 매우 비싼 값을 치르고 고귀한 여성의 대표 컬러인 퍼플을 염색했습니다.
전문 용어를 다 풀어 설명하기 힘든 여러 고난도 있었어요. 천연염색은 가격적으로도 일반 염색의 수배에 달하지만, 콘염색이 안 되고 타래 염색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거든요. 실을 다 풀어서 염색을 했더니 한번 풀린 실은 꼬임이 망가져서, 스웨터 편직할 때 바늘에 안 걸리는 문제가 생겼어요. 결국 천연염색한 퍼플 컬러만 두 올 성근 게이지로 편직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그만의 독특한 질감을 구현하는 전화위복이 되었지만요.
편직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해방촌 니트패션 협동조합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해방촌은 오랫동안 한국 봉제 산업을 묵묵히 떠받쳐온 장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대형 공장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그 손길들이, 좋은 옷을 만들고 싶은 작은 브랜드와 만날 수 있는 구조를 협동조합이 만들어주었습니다. 유기농 면사, 천연염색, 지역생산 — 유기농면 Fair 니트 한 벌에 담은 가치입니다. 참, 천연염색 퍼플 칼라는 출시 직후 품절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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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레고 같은 옷, 모듈러 패션의 끝판왕 8in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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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나에게 꿈이 하나 있다면 그건 레고 같은 옷을 만드는 거야!"라고 말하곤 합니다. 한 벌의 옷에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변화를 줄 수 있다면, 훨씬 더 오래 입을 수 있지 않을까. 4in1 트렌치 코트와 2in1 애브리데이 셔츠도 그렇게 탄생했죠. 그 모듈라 패션 아이디어를 극대화하고 싶었어요.
예전과 달리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지곤 하는 급변하는 날씨 변화에 대처하자는 목적에도 부합하는 옷. 무더운 한낮에는 짧게 걸쳤다가, 쌀쌀한 저녁에는 비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성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8in1 웨더 트렌치 점퍼는 그 니즈를 반영해 만든 옷입니다.
적합한 터치를 얻기 위해 이번엔 나일론 원단을 구해야 했어요. 나일론도 직조와 가공에 따라 터치감이 매우 달라지는데, ATY air-draw 공법으로 실을 뽑아 면처럼 뽀송한 감촉을 구현한 것을 찾았습니다. 소재는 리사이클 나일론 100%. 효성에서 버려진 폐원단을 화학적 방법으로 다시 추출한 GRS 인증 원사예요. 70데니어 두께로 간절기 바람막이에 딱 맞는 무게감, 생활방수 기능은 갖추되 통기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 하나하나 이유 없는 선택이 없었어요.
다만 우리 브랜드는 아직 소량 생산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원단을 주문 제작할 수는 없었어요. 아이콘플은 블랙, 아이보리, 네이비 같은 기본 컬러를 선호하는 브랜드이지만, 소량 구매 가능한 리사이클 나일론을 찾다 보니 옐로우와 핑크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라는 메인 컨셉에서는 조금 벗어나지만, 모듈라 패션의 범위를 훨씬 넓혀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약간의 예외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죠.
그러나 문제는 이제 시작이었어요. 그 어떤 공장도 이 옷을 생산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예약한 공장에 원부자재를 입고시켰는데, 공인들이 이 옷 생산하면 퇴사하겠다고 해서 내쫓긴 적도 있어요. 다음 공장에서도 태어나 가장 큰 욕을 먹을 만큼 욕을 먹으며 생산했습니다. 공임과 원부자재 가격이 이 옷의 할인 전 정가와 거의 같아요. 디자인과 패턴 개발비는 포함도 안시켰는데 말이죠. 지금 1, 2벌 정도 남아있는데, 이 옷은 제가 개인적으로 끝까지 소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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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런데, 그 아이콘플을 잠시 정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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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띵마켓에 입점한 파트너사 제품들은 너무 신나게 자랑할 수 있는데, 막상 제가 직접 만든 옷은 자랑하는 게 늘 힘들었어요. 겸손하게 낮추다 보면 제품의 장점이 부각이 안 되고, 큰 마음 먹고 자랑을 해보려 하면 어색하기 짝이 없어지죠. 한 땀 한 땀 만들었지만, 뭔가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만 남는 개인의 성향 때문인 것 같아요.
게다가 친환경 제품을 판다는 건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과 또 다른 일이었어요. 소재의 이유를 설명해도, 공정의 철학을 전해도, 그것이 구매로 이어지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멀고 좁았습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지갑을 여는 순간엔 다른 기준이 작동해요. 그 간극을 좁히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건지, 막상 부딪혀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와우띵마켓을 시작한 것도, 사실 그 경험과 무관하지 않아요.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만큼,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닿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방법을 계속 진화시켜야겠죠.
오늘 용기 내어 전합니다. 창고에 소량의 옷이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 애지중지 행거 보관해서 상태도 좋습니다. 목적은 하나 입니다. 누군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닿아, 꼭 충분히 사용된 후에 버려지길 바라는 친환경 사업자의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만든 시점에 따라 좀 부족한 디자인의 제품도 있지만, 그래서 가격을 많이 내린 점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 아래 이미지 : 아이콘플 자신감 있는 여성의 포즈 연구 스케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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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캘린더는 곧 다가올 환경 기념일을 공유하는 섹션입니다. 특별한 날만 환경 활동을 하라는 뜻이 아니고, 각 기념일을 통해 그 소중함을 한 번 더 되새기고, 일상 속 작은 실천의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입니다. 9/29일은 음식물 손실 및 쓰레기 인식의 날이라고 하네요. 모든 것이 풍족해진 요즘, 너무 쉽게 버리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365일 환경 기념일을 챙기다보면,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자리 잡을거라 믿어요.
- 9/29 국제 음식물 손실 및 쓰레기 인식의 날
- 10/01 세계 채식인의 날
- 10/10 세계 철새의 날 (10월 둘째 주 토요일 전후)
- 10/16 세계 식량의 날
- 10/17 세계 빈곤 퇴치의 날
- 10/21 세계 지렁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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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와우ESG 노트 어떠셨나요?
와우ESG는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내 옷장 가장 오래된 옷은 어떤 옷인가요? 여전히 자주 꺼내입는 옷인가요?
그외에도, 희망하는 발행 요일, 희망하는 주제, 와우띵마켓 Staple 제품 문의, 그리고, 그래딧 지수에 대한 궁금증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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